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패션 디자이너의 공통점 5가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패션 디자이너. 언뜻 보면 참으로 안어울리는 단어의 모임인 것 같다. 요즘엔 Brogrammer (Bro+Programmer 의 합성어로 힙한 개발자? 뭐 이런 것을 뜻한다) 라는 말도 있다지만 뭐랄까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패션 디자이너와 촌스러움의 대명사인 개발자의 관계라니 무슨 소린가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두 직업이 아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사진은 올해 유럽에서 있었던 Angular.js 컨퍼런스인 Ng-Europe 이고 아래 사진은 2011년 S/S 서울 패션 위크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의 사진이다. 4년의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딜봐도 접점이 없어 보인다. 정말 공통점이 있다고? 좀 살펴보자.
1. 유행에 민감하고 또 리드한다.
패션 디자이너야 당연한데, 이건 또 뭔소리냐고? 우선 패션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으니 생략하겠다. 보통 잘 느끼고 있지 않지만 개발자들은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 아니 민감해야 한다.
패션 디자이너의 표현 재료가 옷감이라면, 개발자의 그것은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선 이 재료가 되는 옷감 즉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은 종류도 많고 숫자도 다양하다. 각 재료는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고, 장단점이 있어서 같은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고 종류마다 다른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게다가 일종의 유행이라는게 있어서 대세가 정해지면 그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그런가 하면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나타나 빠르게 대세가 바뀌는 등 아주 활발하게 생태계가 요동치는 것이 이쪽이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Java 가 대세였는데 오늘은 Javascript 라더니 또 내일은 Go 가 유행한단다 와 같은 일들이 매우 흔하게 일어나는 것이 개발 커뮤니티이고 어떤면에서는 패션 업계 이상으로 트랜드에 민감하게 보일 정도다. 패션 업계의 용어들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개발 업계의 MVC, TDD, BDD 등등.. 역시 크게 다를 것 없다.
2. 예술인가 산업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패션 산업은 모호한 경계에 걸쳐 있는데, 이것이 산업이자 예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대 사회의 모든 제품은 예술적인 면을 지니고 있지만, 특히 이 두 분야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를 보통 사람이 만들 수 있는가? 아니다. 휴대폰은 그러면 만들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손쉽게 만들기에 많은 노력이 따르는데 이들 중 옷이나 가방과 같은 것들은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 또 조금만 숙련자 들 중에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 만큼이나 좋은 옷들을 만드는 사람들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결국 퀄리티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느 정도 배우면 만드는 데까지는 큰 문제가 생기기 않는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사한 점이 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배울 것이 훨씬 많지 않냐고? 옷 만들기는 쉬울 것 같은가? 게다가 한가지 형태를 만드는데 정말 수많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에서 소프트웨어와 패션은 예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땅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바퀴, 엔진, 기어 등. 소프트웨어는?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없진 않지만, 실제로 구현할때는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극명해진다.
자동차 분야의 유명한 개발자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패션 디자이너는?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자동차는 창의적인 가치보다는 안정성이 우선이 되는 반면, 유명한 패션 브랜드와 소프트웨어 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웹 서비스는 그 제품이 주는 가치를 중요시 하지 기술적인 면을 이용자들이 고려하진 않는다.
3. Geek(오덕) 하다
이거 뭐야 무서워 둘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와 패션 디자이너의 옷차림은 주목해볼만 하다. 비단 옷차림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이 약간 긱하게 되는 것이 사실인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으나 뚜렷하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창의성이 극도로 높은 직업이다 보니 서브컬쳐나 예술계쪽에 빠지게 되기 쉬운 것 같고, 그것이 일종의 직업군에 대한 상징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종의 경향성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 아니겠는가. 패션이라는 것을 매개체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 것 처럼, 개발자가 게임을 만드는 것도 일종의 예술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선호하는 분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그러다보니 한 곳으로 파고 들어가게 되는 성향이 생기는 것 같다.
4. 직업으로서 대우가 좋다
일단 다른 걸 다 떠나서 돈을 잘번다. 그런데 그건 잘나가는 사람에 한한 것도 사실이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는 마치 락스타를 보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과 작품을 좋아하고 대중앞에서 환호를 받는다. 다만, 한발짝만 물러서면 뭐하는 사람인데 저렇게 유명한가 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얼마전에 있었던 Facebook 의 F8 컨퍼런스에서는 언뜻보면 콘서트장 같은 모습에 실제로 그와 유사한 열기가 전해질 정도다. 발표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가고,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한다. 다소 이상해 보이기도 하는 이 행사에 개발자나 기업 회장님을 떠올릴 수 있는가? 나는 기업 컨퍼런스 라기보다는 오히려 락페스티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국의 샤오미의 발표를 보면 오히려 이정도는 양반이다.
실리콘벨리에서는 유명한 IT 기업의 초임 개발자 연봉이 약 1억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제로 개발자들을 단순한 회사원이라기 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예술가로 대우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단순히 금전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창의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니고 있지 못한 사람은 매우 반대의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러한 점에서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열정페이라는 측면에서도...
5. 자칫하면 훅간다
개발이라는 분야나 패션이라는 분야나 상술했듯 유행에 민감한 분야이다보니 트랜드에 매우 민감해야 하고 오늘의 1위가 내일의 꼴찌가 되는 것도 매우 흔한 일이다. 요즘 모든 분야가 이런것 같은건 기분타...ㅅ..
아이러브스쿨까지 안가도 싸이월드는 빠르게 그 지배력을 잃었다. 재미있는 것은 지배력을 잃고 몰락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쇠락했지만 아직도 존재하고는 있다는 점이다. 한때 시장을 풍미했던 뱅뱅이라는 브랜드는 요즘 누가 입나 싶지만 사실 아직도 엄연히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다.
두가지 점에서 유사한데 훅간다는 점과 훅 갔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랫동안 살아남는 다는 것이 그렇다. 국내외 많은 회사들이 오르락 내리락 했으나, 한번 히트했던 제품을 가지고 있던 회사는 그럭저럭 살아남고 있다. 시장의 지배력은 분명히 잃었고, 사람들은 그곳을 더 찾지 않지만 기존의 사용자들은 존재한다. 어떨때는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도 하고, 그 형태를 다르게 하여 살아남기도 하지만, 혹은 정말로 사라져버리는 일도 있어도 그럼에도 그 구성원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가치는 기억되고 또 훗날 재해석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사실 쓰다보니까 그냥 현대의 모든 분야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여럿 있는 것도 같았으나, 기술과 예술의 중간지점에 있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가장 크게 닮아있는 것 같다. 단순한듯 복잡하고, 복잡한듯 단순한 두 분야는 최근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는 분야 중 하나인 것 같다. 누구든 할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그러면서도 꼭 제대로 해야 잘되는 것도 아니지만, 잘되는 사람들은 제대로 하고 있는. 재미있는 공통점을 보여주는 두 분야를 내 나름대로 해석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