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아직 흔히말하는 성공 이라는 걸 해본 사람이 아니다. 이걸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다만, 성공하진 않았어도 고생 끝에 커리어 개발은 잘 해왔다고 생각하고, 많은 실패 를 해온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고민도 많이했고 다양한 시도를 해온 것은 자신할 수 있다.

30살 부터 2년여간의 삽질 끝에 사업을 정리하고말아먹고 나는 다시 직장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다행히 도둑질 하나는 잘 배워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다시한번 밟을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4년간 일을 해오면서 참 이해가 안되는 면이 항상 있었다.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성공적인 회사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은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회사 중 하나라고 할만하다. 단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과 문화를 선도하고 입사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만큼 인재와 기회가 몰리는 곳이다. 그러한 면에서 나는 결코 삼성을 좋은 회사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팬도 없고, 기술적인 면은 나름 선도하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는 별로 없다) 문화적인 존재감도 거의 없으며, 인재의 장충... 아닙니다 품질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러한 성공적인 회사들은 잘 망하고, 크게 성공한다. 나는 이들이 다음의 몇가지를 대단히 잘한다고 생각한다.

  1.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2. 성장과 실패
  3. 채용과 보상

1.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대부분의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를 좋아한다. "신규 프로젝트로 매출 1천억 달성!" "차세대 시스템 도입으로 매출 25% 상승!" "베트남 해외 진출 500억 투자" 뭐 이런 것 말이다. 어쩌면 회사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사이드 프로젝트 같으면서도 욕심이 많고 단기간 목표를 위해서 큰 돈과 인력을 투자한다.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망한다.

왜 망할까?

가장 주된 이유는 큰 돈과 인력 이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투자는 커다란 기대를 만든다. 조그만 욕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프로젝트의 덩치는 엄청나게 커진다. 기간은 부족한데, 요구사항은 다양하니 점점 무리를 하게 된다. 일정은 늘어지고, 시장 상황은 빠르게 바뀐다. 빵 하고 터트렸을땐 이미 트렌드가 바뀐지 오래고, 그러다 보니 다시 무리를 해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과정은 저렇다. 소규모로 할 땐 잘 되던걸 크게 벌리니 전제 조건이 완전히 달라져서 유저들은 그동안과 정반대의 행동을 보인다. 깨닳았을땐 이미 늦은 경우가 많지만, 이때라도 포기하면 다행이지만 PM 은 그 끈을 놓지 못한다. 합리적인 의견들은 무시당하고, 운전대에 앉은 사람은 초조함에 자꾸 실수를 반복한다. 성과에 대한 기대는 실패에 대한 부담으로 바뀌고, 때문에 나쁜 의사결정이 반복된다.

반면, 특히 페이스북을 보면 서서히 빠르게 프로덕트를 개선해간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면, 작은 조각을 많이 만들어서 이를 작은 단위로 단계적으로 배포한다. 모르긴 몰라도 성공해서 전체 유저에게 적용된 것보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라진 기능이 더 많을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모든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제품은 이렇게 성장한다. 작게 하던걸 조금씩 더하고 거기에 다시 문제를 해결하고 기능을 개선하면서 프로덕트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킨다. 그런데 이게 어느날 갑자기 여유자금이 생기면서 거대한 투자와 기대로 변질되고, 회사의 포텐셜을 깍아먹는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프로젝트의 규모나 매출이 아니다. 관리가 잘된 프로젝트란 예측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적당한 일정으로 런칭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빠르게 런칭해야 하는 이유는, 사용자에 대응하고 이에 따른 개선을 반복하기 위해서다. 많은 기능과 완벽한 성능의 제품을 만들면 왠지 매출이 잘 나올것 같지만, 그야말로 무수우우우우우우히 많은 회사들이 이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증명했다. 유저 획득은 기능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가치로 이루어진다. 허접해도 확실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적더라도 사람들은 기꺼이 유저가 되어준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가치가 정확히 뭔지 누구도 모른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 빠르게 제품을 공개해야 한다. 우리도 모르고 고객도 모르니 일단 고객에게 보여주고, 가설과 사람들의 행동 사이의 차이점에 집중하여 개선을 하거나 혹은 아주 피벗을 고려해야 한다. 시간과 돈, 인력을 적게 투자했기 때문에 망해도 부담이 없고,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스트레스 관리도 어렵지 않다.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빠르게 런칭하라는 것이, 데드라인을 밀어붙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목표 지점은 당연히 설정해야하지만, 이는 예상가능한 생산성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어쨋든 프로젝트는 대부분 새로운 제품이나 기능, 가치 같은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과정에서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목표 기한은 비수가 되어 프로젝트 참여자의 뒤통수를 노리게 된다. 일상적인 소규모 개선이야 어느정도 예상가능한 기한안에 이루어지기 어렵지 않으나, 신규 프로젝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감을 가지게 되니 최대한 이를 작게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프로젝트는 거의 확실하게 지체된다. 사실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베테랑이 모인 곳이고, 열정이 넘쳐도 피할 수 없다. 천재지변이 일어나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사고가 나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스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1주일 정도 미루면 될거 같으니 다음주로 연기하고 완성되길 기도한다. 1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런칭하긴 어렵고, 다시한번 1주일의 말미를 준다. 결국 한달, 두달씩 밀리고 참여자들은 죽어난다. 나는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1주일 정도 미루면 될 일이라면 3주나 한달 정도를 넉넉하게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데드라인에 쫓겨 많은 무리를 해온 상태에서 또다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할 짓이 아니거니와 실수만 양산하기 마련이다.

2. 성장과 실패

대다수의 회사에서 재밌는 점은 성장은 칭송하고 실패는 두려워한다. 우리는 실패를 받아들입니다 라고 말하는 회사 마저도 사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된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성장이 당연히 그냥 숨쉬듯이 커가는 것을 의미 하지 않는다. 우리는 태어나서 자신의 몸 조차 지탱을 못해 울어야 했고, 그 당연한 걸음걸이 하나도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며 습득해야 했다. 매번 틀려가면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 배웠고, 때로는 큰 댓가를 치뤄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는 이상하게도 경영자의 실패에는 너그럽고, 실무자의 시행착오는 실패로 규정한다.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4년동안 나는 그야말로 무수한 실패를 경험했다. 200여만명이 쓰는 서비스 첫 화면에 10여분간 빈화면을 (그것도 여러번) 보여주기도 하고, 허접한 오타나 판단 미스로 많은 사람을 긴장하게도 만들었다. 일주일이나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은 대형 사고도 쳐봤고, API 호출을 두번씩 하는 자잘한 실수를 만든 적도 있었다. 어떤 사람도 아니 때로는 기계 조차도 문제를 만들어낸다. 문제를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특성에 가깝다. 감정이나 신체적인 컨디션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고, 아무 문제가 없어도 사고를 친다. 특히 무엇인가를 개선하고자 잘하고자 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반드시 실수를 한다. 때문에 실수는 적게할 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나 이 자체를 없애고자 한다면, 제품의 품질은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고 또 어떻게 대처하냐는 그 자세 자체이다.

실패가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 나는 세단계로 대처 방식을 나누고 싶다.

사고 -> 수습 -> 보완
1) 사고

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누가 어디서 뭘 사고쳤는지는 당연히 아니고, 일단 수습하는 것이다. 작은 사고라면 여유를 가지고 개선해도 크게 문제 없겠지만, 서비스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면 가능한 모든 관계자 들이 문제의 해결책을 파악한다.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은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사고가 터진 상태에서는 결코 누구도 비난하지 말고, 문제를 파악하여 수습책을 찾는 것에 힘쓴다. 사고를 친 그 누군가는 이미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다. 이 상황에서 책임의 소지를 운운하는 것은 제품의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수습

롤백이 가능하다면 우선 그렇게하고, 그렇지 않다면 사고에 관련된 내용을 고객들에게 고지한다. 실수로 인한 문제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 회사는 실수 하나때문에 망하지도 않으며, 대부분의 고객들은 생각보다 너그럽다.

일단 수습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안정감이 찾아온다. 이제부터는 원인을 파악할때다. 원인 파악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일단 누가 했는지를 찾는 것이 먼저다. 결국 이 문제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그 누군가를 찾는 것이 문제 원인 파악의 시작이다. 비난하지 말라고 해놓고 왜 그 사람을 찾냐고? 가장 이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면 수시간을 헤멜 일을 그 사람이라면 10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누가 이 사고를 유발시켰는지 찾는다.

3) 보완

다시한번 문제를 친 사람을 쟁반 위에 올리자. 물론 반복적으로 말하건데 사고를 친 사람 을 찾는 일은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이 문제를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완을 할 때다. 이 문제가 어떠한 과정에서 발생했고, 이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미리 발견하고 혹은 예방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고를 친 사람은 이 과정에서 다소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는 있으나, 모든 스트레스가 전부 네가티브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어쨋든 실수에서 배우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 피할 수도 없고, 그래야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반드시 이로인해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이러한 실수가 반복될 수 밖에 없고, 이는 다른 구성원들의 안정감을 빼앗아 갈 것이다.

3. 채용과 보상

회사는 채용과 보상만 제대로 해도 성공한다. 아니 실패할 수가 없다. 제조업이나 자본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아닌 이상 (아니 사실은 그런 회사 일지라도) 인력이 대부분의 생산을 담당한다. 특히나 IT 서비스 회사들은 인사가 그야말로 전부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중요하고 실제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채용

왜 채용을 잘해야 하는가? 라고 물어보면 우리는 혼자서 할 수 있는게 대단히 작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개발자이든 마케터든 디자이너든 아니 이 모든걸 혼자서 다 할줄 아는 사람이든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소규모라면 물론 병행해야할 수 밖에 없지만 어느정도 규모 이상으로 회사가 성장하면 더이상 그런 방식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 이것이 채용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이다.

특히 성공한 스타트업의 CEO 들은 이러한 오해를 갖기 쉬운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이 회사를 이만큼 만들었기 때문에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대단한 착각이다. 물론 스타트업을 규모있는 회사까지 만들어 낸 것은 대단한 일이고 나로서는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기는 하다. 그러나 CEO가 회사를 키워내는 동안 전문가의 영역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온 사람들으 무시해서는 안된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분야든 점차 세분화되어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고,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같이 두뇌와 투여된 시간 둘다 중요한 영역은 어느 정도 레벨 차이가 나면 같은 직종 내에서도 대화가 안통할 정도로 복잡한 분야가 되었다.

때문에 CEO 는 점차 모든걸 컨트롤 하기 보다는 잘하는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이 계속해서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된다. 경영진은 개별 부서나 사업의 성과에 대해서 집착하기 보다는, 회사의 큰 목표를 세우고 그걸 위해서 필요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회사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성과를 내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해야한다. 스티브잡스 이후로 마이크로 매니징에 대한 죄책감들을 많이들 벗어던지고 있는데, 실제로 스티브 잡스 조차 그러한 방식으로 일하지 않았다. 푸시하되 퀄리티에 대한 기준을 세웠고, 이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릴 줄 알았다.

결국 채용은 경영진 혹은 그와 유사한 레벨의 사람을 누구를 뽑느냐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일반 사원 개개인은 생산성에서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좋은 리더는 좋은 사람들을 길러내 좋은 팀을 만든다. 좋은 쥬니어가 많은 회사에서, 이상한 중간관리자나 이사를 뽑는 것을 보면 솔직히 황당할 따름이다. 나쁜 리더가 헤드인 회사에서는 가장 먼저 똑똑한 사람들이 나가기 마련이다. 결국 어디 다른곳에서 원하지 않는 사람들만 회사에서 남고, 생산성은 추락한다.

보상

우선 이걸 짚고 넘어가자.

보상 =/= 금전

보상은 돈이 아니다. 돈은 여러 보상 중 하나일 뿐이고, 금전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팩터이긴 하나 돈으로만 사람을 제어할 순 없다. 보상이라 함은 휴가, 업무에서의 역할, 승진, 급여, 권한 등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주어질 수 있다. 직장인에게 급여란 사실 보상보다는 그 사람의 가치를 의미한다. 자본주의에서 하나의 재화의 값은 교환 가치로 이해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직원은 이 연봉으로 동일한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가에 대한 척도가 된다. 경력이 1~2년 지난다고 월급을 얼마 더 준다는건 아무 의미도 없고, 그 사람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가격을 매기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1) 휴가

여러 국내 기업을 다녀봤으나 휴가에 대해서 왜 이렇게 경직되어 있는건지 정말 모르겠다. 특히나 스타트업에서는 번아웃은 필연적이다. 업무 강도가 높고, 실적에 대한 압박이 크기 때문에 휴가는 리프레시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휴가 하루 더 간다고 회사 망하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회사들은 1년 연차 몇개, 내년에 몇개 추가 뭐 이런식으로 접근한다. 그러다보니 누가 결제해야 하고 숫자를 관리하고, 그런 쓸데없는 것들로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알아서 가게 하되 성과를 판단하면 된다. 창의력을 얘기하면서 규정을 세세히 올가매는 건 도대체 뭔 발상인지 모르겠따.

2) 승진

승진은 매우 중요하다. 열정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승진에 대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승진은 단순히 사원 -> 대리, 대리 -> 과장 같은 말하진 않는다. 승진이라는 것은 권한이다. 잘하는 사람에게 권한을 주고 이 권한을 잘 행사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세스라고 하면 또 결제하고 이런것을 생각하는데 아니다. 권한은 울타리를 세우는 것이다. 어디까지는 알아서 하고, 그 이상은 더 많은 권한을 갖는 사람에게 승인을 받는다. 이를태면 비용이 100만원까지는 결제 없이 하고, 그 이상은 승인받을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한다. 그렇게 조금씩 울타리를 확장하면 단계적으로 사람이 성장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자율성이 확대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가 너희들이 잘 해서 와봐 내가 결정해줄게 하는 저능아들인데 이건 그냥 그 사람이 다 결정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다. 여기까진 알아서 하고, 이 이상은 내가 결정할게 하는 방향으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3) 역할

승진과 유사할 수도 있으나 약간 다른 면도 있다. 회사에서 매니저는 사실 회사에서 필요한 많은 역할군 중 하나이다. 딱히 이 사람이 인간적으로 저 사람보다 낫기 때문에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 능력 또한 월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매니저로 승진할수록 업무능력을 떨어지게 된다.) 충분한 통찰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면, 주니어라고 못할 일도 아니다. 다만, 비용에 대한 판단과 책임을 지기 위해 보통은 경력을 많이 가진 사람이 갖게 되기 마련이다. 스타트업 대표를 생각해보면 자명하다. 나이가 많다고 판단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어린 사람은 어린 사람 나름대로의 패기와 센스가 있다. 성과가 있다면 역할을 조금씩 올려줄 필요가 있다. 다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실수할 수 있게 해주자.

틀릴수도 있다.

점진적인 변화로 성장한 회사들임에도 자꾸 자신들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잊어버린다. 조금씩 개선해나가던 습관을 버리고 자꾸 한방 홈런을 노린다. 프로젝트 매니징은 하지 않고, 성과에만 집착해 직원들을 압박한다. 보상에는 인색하고 그나마도 엉뚱한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마련한다. 이상한 경력자를 데려다 윗대가리로 앉혀, 잘하는 쥬니어들을 지치게 만들고 결국 퇴사시킨다.

여유를 갖고, 직원들의 실패를 성장으로 이어줄 프로세스를 만든다. 좋은 사람을 뽑아, 적절한 보상을 마련한다. 조금씩 그렇지만 꾸준히 지속하면 반드시 좋은 회사가 된다. 사실 확신은 없다. 나는 그렇게 될거라고 믿는다. 다시 말하만 나는 아직 그렇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어떤 회사에 다니고 싶은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는 덕분에 잘 알고 있다.

체제에 대한 민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공평한 재판과 마찬가지로 공평한 세금 제도, 다만 그뿐이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은하영웅전설 중에서)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글도 오래전에 써논 글인데 영원히 퍼블리싱 안할거 같아서 해버린다.